Anthropic, PBC가 10월 2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Form S-1)를 공식 제출했습니다.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에 티커 'ANT'로 상장할 계획이고, 공모 주식 수와 희망 공모가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6월 비공개로 먼저 SEC 심사를 받아온 초안이 이번에 일반에 공개된 겁니다. 숫자만 보면 놀랍지만, 행간을 읽으면 겉보기와 다른 부분이 꽤 있습니다.

Anthropic 공식 발표 'Anthropic files S-1 with the SEC for proposed initial public offering' 페이지 헤더 이미지
이미지: anthropic.com

왜 이게 큰 뉴스인가

생성형 AI를 이끄는 주요 기업 중 실제로 증권신고서를 낸 곳은 아직 없습니다. OpenAI와 xAI는 여전히 비상장 상태로 대규모 사모 투자만 받고 있고, Anthropic이 이 레이스에서 먼저 공개 시장 문을 두드린 첫 번째 메이저 AI 랩이 됩니다. 2021년 설립, Claude 상업 출시는 2023년 1분기였다는 걸 감안하면 창업 5년 만에 상장을 공식화한 셈입니다. 직전 비공개 라운드(시리즈 H, 올해 5월 마감)에서 650억 달러를 유치하며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9,650억 달러였고, 블랙스톤·브룩필드·D1 Capital·GIC·General Catalyst·Insight Partners 등이 참여했습니다. 언론은 이번 IPO 목표 기업가치를 2조 달러 이상으로 추정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보도와 장외 거래 가격을 근거로 한 추측이고 S-1 자체에는 아직 희망 공모가 범위가 비어 있습니다.

S-1이 공개한 숫자들

  • 매출: 2026년 상반기(16월) 매출 162.9억 달러, 전년 동기(11.6억 달러) 대비 성장. 2분기(46월) 단독으로는 115.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68% 성장했습니다.
  • 순손실: 2026년 상반기 순손실 807억 달러. 이 중 약 724억 달러는 전환사채·파생상품·SAFE 같은 금융상품의 공정가치 평가손이라는 비현금성 회계 항목입니다. 기업가치가 급등할수록 이런 상품의 장부상 부채 가치도 함께 뛰면서 손실로 잡히는 구조라, 실제 현금이 빠져나간 적자가 아닙니다.
  • 영업손익: 위 숫자와 별개로, 2분기 영업이익은 9.74억 달러 흑자였습니다. 공개된 최근 6개 분기 중 영업 기준으로 처음 흑자를 낸 분기입니다. 헤드라인 순손실 807억 달러만 보면 심각해 보이지만, 실제 사업 자체는 분기 단위로 흑자 전환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 보유 현금: 6월 30일 기준 현금 1,124억 달러 + 단기투자자산 193억 달러로 합계 1,317억 달러.
  • 고객 지표: 연환산 10만 달러 이상 결제 고객이 작년 9월 950여 곳에서 올해 9월 1만 1,900여 곳으로 늘었습니다. 100만 달러 이상 고객은 1,900여 곳, 1,000만 달러 이상은 약 250곳. 순매출유지율(Claude Pro·Max 구독 제외)은 약 900%에 달합니다.

성장률 숫자는 화려하지만, 807억 달러 순손실의 실체를 모르고 헤드라인만 보면 회사가 망해가는 것처럼 오해하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비현금 회계 항목을 걷어내면 분기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는 쪽이 더 중요한 신호입니다.

컴퓨트 조달 약정 — 매출의 수십 배에 달하는 고정 지출

S-1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숫자는 미래 컴퓨팅 자원 구매 약정입니다. 외신마다 집계 범위가 달라 총액이 6,020억~8,070억 달러까지 들쭉날쭉한데, 공통으로 확인되는 3대 클라우드 사업자별 약정은 이렇습니다.

파트너 약정 규모 기간
Amazon (AWS) 최소 1,100억 달러 2026~2036
Google (Cloud + 별도 TPU 계약) 최소 1,145억 달러 + TPU 계약 1,250억~1,500억 달러 공개 안 됨
Microsoft (Azure) 449억 달러 2026~2033

3개사 합계만 약 2,690억 달러고, 여기에 Broadcom·SpaceXAI·Nscale·Lambda 같은 칩·뉴클라우드 공급사와의 계약까지 더하면 외신들은 총액을 6,000억~8,000억 달러대로 추산합니다. 세 계약 모두 공급사 측 귀책 사유가 아니면 해지할 수 없고, Amazon·Google 쪽은 약정한 용량보다 적게 쓰더라도 차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 약정이 고정비라는 점입니다. 같은 S-1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확정된 잔여 계약 매출(이행의무)은 108억 달러뿐이고, 그중 75%는 1년 안에 인식됩니다. 반면 고객 쪽 계약은 대부분 장기 약정 없이 사용량 기반이라 통보 없이도 줄이거나 끊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1월 2일로 끝나는 2주간 고객 사용량이 직전 2주 대비 약 20% 줄었다가 이후 회복된 사례가 S-1에 적혀 있습니다. 상위 5개 고객이 최근 9개월 매출의 약 25%를 차지한다는 점도 같이 보면, 컴퓨트 쪽은 10년 단위로 고정된 반면 매출 쪽은 분기 단위로도 흔들릴 수 있다는 비대칭이 꽤 선명합니다. 다만 Anthropic은 현재 컴퓨트 지출 1달러당 2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수익성 지표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지배구조 — 창업자 7인이 의결권 50.1%를 쥔다

상장 후에도 경영권은 사실상 창업자들에게 남습니다. 주식은 다섯 종류로 나뉩니다.

  • Class A: 일반 공모주, 1주 1의결권
  • Class F: 상장 직전 창업자 전용 법인(Founder LLC)에 단 1주 발행되지만 전체 의결권의 50.1%를 행사합니다. Dario Amodei, Daniela Amodei, Tom Brown, Jack Clark, Jared Kaplan, Sam McCandlish, Christopher Olah 7인이 이 법인의 구성원입니다.
  • Class T: 2023년부터 운영 중인 '장기이익신탁(Long-Term Benefit Trust)'이 보유하며, 이사회 과반을 선임·해임할 권한을 갖습니다. 신탁은 회사와 재무적 이해관계가 없는 5인의 수탁자로 구성됩니다.
  • Class N: 주로 전략적 파트너가 보유하며 일반 의결권이 없고, 제3자에게 양도되면 Class A로 전환됩니다.
  • Class E: 임직원 대상, 제한적 의결권만 가집니다.

이 구조 덕에 Anthropic은 나스닥의 '지배주주 회사(controlled company)' 지위를 활용할 수 있는데, 공시상으로는 지명·지배구조위원회 구성 요건 면제 정도만 실제로 쓸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건 완전희석 기준 5%에 해당하는 Class N 주식(약 8억 4,684만 주)을 자회사인 'Anthropic Public Benefit Fund'에 출연했고, 상장 후 주가가 직전 기준점 대비 50%씩 오를 때마다 이사회 재량으로 최대 발행주식의 2%를 이 펀드에 추가로 넘길 수 있도록 한 대목입니다. PBC(공익법인) 정체성을 지배구조 안에 수치로 박아넣은 셈입니다.

역대 메가 IPO와 비교하면

상장 연도 공모 규모 상장 시 기업가치 거래소
Saudi Aramco 2019 256억 달러 1.7조 달러 타다울(사우디)
Alibaba 2014 약 250억 달러 - 뉴욕증권거래소
Anthropic 공모가·주식 수 미정 미정(일부 보도는 1,000억 달러 설) 미정(보도는 2조 달러 이상 추정) 나스닥

역대 최대 공모 기록은 2019년 Saudi Aramco의 256억 달러(기업가치 1.7조 달러)입니다. 언론 보도대로 Anthropic이 2조 달러 이상 기업가치에 1,000억 달러 규모 공모를 실제로 해낸다면 두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게 되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S-1에 가격대가 비어 있는 만큼 전부 추정치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아직 남은 변수

  • 등록신고서는 제출됐을 뿐 아직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SEC 심사를 거쳐 효력이 발생해야 실제 공모가 진행되고, 로드쇼(투자자 설명회) 일정도 그 이후에 잡힙니다.
  • 공모가 범위와 공모 주식 수가 비어 있어서, 지금 보도되는 밸류에이션은 전부 장외 거래가나 비공개 추정치 기반입니다.
  •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가 대표 주관사를 맡고 총 22개 투자은행이 신디케이트에 참여한다는 보도가 있는데, 이 역시 최종 확정 전까지는 바뀔 수 있습니다.

정리

겉으로 보이는 "순손실 807억 달러"라는 숫자와, S-1을 한 단계 더 들어가서 보이는 "2분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라는 숫자가 같은 회사를 완전히 다르게 말해준다는 게 이번 filing에서 제일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다음 분기점은 SEC 심사가 끝나 등록신고서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과, 그때 처음으로 공개될 실제 공모가 범위입니다.


참고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