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주간 "헤르메스(Hermes)"라는 이름의 AI가 자주 눈에 띕니다. 미국 AI 연구사 Nous Research가 만든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헤르메스 에이전트(Hermes Agent)'입니다. 로봇 벤처스 주도로 9,000만 달러(약 1,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15억 달러(약 2조 원)로 평가받았고, 투자에는 엔비디아·삼성·유니온 스퀘어 벤처스 같은 이름까지 참여했습니다. 창업 3년 차 회사치고는 꽤 빠른 성장인데, GitHub 스타 수가 26만 개를 넘겼고 지금까지 2,400만 회 이상 복제됐다는 숫자를 보면 투자자만 반응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챗봇이 아니라 "스스로 나아지는" 에이전트
헤르메스는 질문에 답만 하는 챗봇이 아니라, 서버나 내 컴퓨터에 상주하면서 파일을 열고 명령을 직접 실행하는 자율 에이전트입니다. 공식 슬로건도 "당신과 함께 성장하는 에이전트"인데, 이 문구가 마케팅 수사만은 아닙니다. 한 번 풀었던 문제를 스킬로 저장해 두고 다음에는 그 스킬을 바로 불러 쓰는 구조라서, 써본 사람들이 "한 번 설정으로 챗봇 세 개를 대체했다"는 식의 후기를 남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공식 사이트는 이 구조를 여섯 가지 축으로 설명합니다.
- 연결(Connect): 텔레그램·디스코드·슬랙·왓츠앱·시그널·이메일·CLI 어디서든 같은 에이전트와 대화
- 기억(Remember): 작업 중 알게 된 내용을 스킬로 자동 생성하고, 한 번 풀었던 문제는 다시 잊지 않음
- 스케줄(Schedule): "매일 아침 보고서 보내줘" 같은 요청을 자체 cron 스케줄러로 예약 실행
- 위임(Delegate): 복잡한 작업을 독립된 서브에이전트에게 나눠 맡겨 병렬 처리
- 검색(Search): 웹 검색, 브라우저 자동화, 이미지 생성, 음성 입출력까지 40개 이상의 내장 도구
- 실험(Experiment): Local·Docker·SSH·Modal·Daytona·Vercel Sandbox 등 격리 환경에서 명령 실행
메모리는 MEMORY.md(에이전트 메모), USER.md(사용자 프로필) 같은 파일로 쌓이고, 스킬은 ~/.hermes/skills/ 아래 SKILL.md 문서로 저장돼 슬래시 명령(/스킬이름)으로 바로 불러낼 수 있습니다. 공식 문서에는 "에이전트가 스킬을 직접 만들고 고칠 수 있다"고 적혀 있는데, Claude Code의 커스텀 스킬을 수동으로 만들어 본 입장에서 보면 그 과정 자체를 에이전트가 대신해 준다는 뜻이라 꽤 눈에 들어오는 부분입니다.
설치부터 첫 대화까지
설치는 플랫폼별로 두 갈래입니다.
macOS / Windows (앱)
- macOS 12 이상: DMG 설치 파일
- Windows 10/11: Microsoft Store 또는 EXE 설치 파일
Linux / macOS / WSL2 (터미널)
curl -fsSL https://hermes-agent.nousresearch.com/install.sh | bash
Windows (PowerShell)
iex (irm https://hermes-agent.nousresearch.com/install.ps1)
설치 스크립트가 Python 3.11, Node.js, ripgrep, ffmpeg 같은 의존성을 함께 깔아 줍니다. 설치 후 터미널을 새로 열거나 source ~/.bashrc를 실행한 뒤 아래 순서로 시작하면 됩니다.
hermes setup # 모델 제공자 선택 (Quick / Full / Blank Slate)
hermes model # 사용할 LLM 변경 (provider:model 형식)
hermes # 대화 시작
공식 기준으로 설치부터 첫 대화까지 5분 이내에 끝난다고 설명합니다. 로컬 모델을 연결할 때는 컨텍스트 길이를 64K(65536) 이상으로 맞춰야 하는데, 이 값을 놓치면 응답이 통째로 거부되니 처음 세팅할 때 한 번은 꼭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메신저로 쓰려면 hermes gateway setup으로 봇 토큰을 등록하면 되고, 이후에는 텔레그램이든 CLI든 같은 메모리·스킬을 공유하는 하나의 에이전트와 계속 대화하는 셈이 됩니다.
자주 쓰는 명령은 이 정도입니다.
| 명령어 | 기능 |
|---|---|
hermes |
기본 대화 인터페이스 실행 |
hermes gateway setup |
텔레그램·디스코드 등 메신저 연동 |
hermes sessions list |
저장된 대화 목록 보기 |
hermes doctor |
설정 진단 |
/skills |
생성된 스킬 목록 보기 |
/goal |
자동 달성 목표 설정 |
/compress |
대화 컨텍스트 압축 |
화면 구성
CLI(TUI)가 기본 화면이고, v0.16부터는 macOS·Windows·Linux용 네이티브 데스크톱 앱이 따로 나와 Cmd+K 명령 팔레트로 기능을 찾아 쓸 수 있습니다. 메신저로 접속하면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의 평범한 봇 채팅창이 그대로 헤르메스의 화면이 되고, 로컬 설치 없이 바로 써보고 싶다면 portal.nousresearch.com/cloud에서 클라우드 에이전트를 띄우는 방법도 있습니다. 네 가지 접근 방식이 전부 같은 메모리·스킬을 보고 있다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비슷한 에이전트와 비교
| 항목 | Hermes Agent | ChatGPT Agent | Gemini Agent | Claude |
|---|---|---|---|---|
| 성격 | 자가 개선형 오픈소스 에이전트 | 챗 안의 에이전트 모드 | Google 생태계 통합형 에이전트 | 범용 어시스턴트 |
| 실행 환경 | 내 서버·VPS·클라우드에 직접 설치 | OpenAI 인프라의 샌드박스 브라우저 | Gmail·캘린더 등 Workspace 연동 | 웹·앱·API |
| 강점 | 메모리·스킬 축적, 메신저 채널 다양, 모델 자유 선택(250+) | 범용 작업 자동화 완성도 | Workspace 사용자 최적화 | 추론 품질, 코딩 |
| 비용 구조 | 소프트웨어 무료(MIT), LLM 사용료만 지불 | 구독형 | 구독형 | 구독형 |
Nous Research는 자체 벤치마크 "헤르메스 인덱스"로 작업당 비용 대비 성능을 비교해 공개했습니다. 클로드 오퍼스 5.5가 63.31점(작업당 4.99달러), GPT-6 아스트라가 56.25점(11.61달러), 클로드 소네트 5.5가 53.14점(2.82달러), 딥시크-V4.1 플래시가 36.91점(0.259달러)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자체 발표 수치라 그대로 믿기는 조심스럽지만, 헤르메스처럼 모델을 자유롭게 바꿔 끼울 수 있는 에이전트에서는 벤치마크 점수 하나보다 "어떤 모델을 연결했을 때 비용 대비 결과가 나오는가"가 더 실질적인 질문이라는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요금제
헤르메스 소프트웨어 자체는 MIT 라이선스 오픈소스라 무료입니다. 비용은 거의 전부 '어떤 LLM을 연결하느냐'에서 발생하고, 자체 운영하는 Nous Portal 요금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요금제 | 가격 | 대상 |
|---|---|---|
| Free | $0(종량제) | 무료 모델만 사용 |
| Plus | $20/월 | 일상적인 개인 사용 |
| Super | $100/월 | 빈번한 연구·코딩(5배 사용량) |
| Ultra | $200/월 | 대량 사용(10배 사용량) |
모든 유료 요금제에 200개 이상 모델 접근, 도구 사용, 클라우드 에이전트 1개가 포함됩니다. OpenRouter·OpenAI·Anthropic·AWS Bedrock 같은 외부 API 키를 직접 연결하면 Nous Portal 없이도 쓸 수 있고, $5짜리 VPS에서도 돌릴 수 있을 만큼 가볍다는 점도 공식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팀 단위로는 공유 계정으로 쓰는 'Hermes for Businesses', 자체 인프라에 올리는 엔터프라이즈 옵션도 별도로 있습니다.
우려와 한계
메신저 계정, 서버 셸, 파일 시스템까지 맡기는 구조라 명령 실행 승인 모드(smart·manual·off)를 처음부터 제대로 맞춰 두는 게 중요합니다. 기본값인 smart는 위험도를 판단해 자동 차단하거나 확인을 요청하는데, 신뢰할 수 없는 환경에서 off로 풀어두면 복구하기 어려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메타 뮤즈나 챗GPT처럼 벤더가 서버를 대신 돌려주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내 서버·VPS에 직접 올려 운영하는 셀프호스팅 도구라서, 장애 대응이나 보안 패치도 스스로 챙겨야 합니다. 창업 3년 차 회사가 몇 달 만에 기업가치 2조 원까지 뛴 사례이기도 해서, 투자 유치 발표의 속도와 Hermes for Businesses 같은 기업용 제품의 실제 안정성 사이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공식 문서와 커뮤니티도 영어 중심이라 한국어 지원 수준에 대한 공식 발표는 따로 없습니다.
개인 서버에 이미 올려둔 봇이나 자동화가 있다면 헤르메스로 그 역할을 통합해 보는 정도로 시작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결제나 계정 변경처럼 되돌리기 어려운 작업까지 맡기는 건, 승인 모드를 몇 번 손봐서 신뢰가 쌓인 다음에 넘어가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