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 나스닥종합지수가 장중 한때 4%대 후반까지 밀렸습니다. 전날(11월 4일, 현지시간) 중간선거 결과가 확정되며 다우 3%·S&P500 2%대 랠리가 나왔던 것과는 정반대 분위기입니다. 이틀 사이에 시장 분위기가 이렇게 뒤집힌 이유는 선거 결과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가 AI 산업에 던진 그림자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 사흘 만에 뒤집힌 분위기
11월 3일(화)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가져가는 '블루 쓰나미'가 현실화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자신에 대한 심판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나는 이걸 나에 대한 패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투표 대상이 아니었다"는 식으로 선을 그었습니다.
- 11월 4일(수): 선거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안도감에 뉴욕증시가 강하게 반등했습니다. 다우는 3%대, S&P500은 2%대 올랐고 국제유가도 떨어졌습니다. 정치적 교착(의회와 백악관이 다른 당)이 오히려 연준에 대한 정치 개입 가능성을 낮춘다는, 시장이 평소 선호하는 '그리드락' 해석이 작동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 11월 5일(목): 랠리가 하루를 못 가고 꺾였습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관련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쏟아지며 나스닥이 다시 큰 폭으로 빠졌습니다. 엔비디아·브로드컴이 5%대, 퀄컴이 9
11%대 하락했고 코어위브·네비우스·아이렌 같은 '네오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은 913%씩 밀렸습니다. 반도체 업종 지수는 한때 -7%대까지 내려갔습니다. - 국내 증시: 이 여파가 밤사이 그대로 넘어와 코스피가 5%대 넘게 급락하며 5,383선까지 밀렸고(장중 한때 -6%대), 코스닥도 5%대 빠졌습니다. 삼성전자(-7.57%)와 SK하이닉스(-9.46%)가 특히 크게 흔들렸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조 4천억 원 넘게 팔았습니다.
하루 만에 "그리드락이라 호재"에서 "AI 규제가 본격화된다"로 해석이 완전히 뒤집힌 셈입니다.
왜 하필 데이터센터인가
이번 선거에서 데이터센터 반대는 단순한 부수적 이슈가 아니라 선거 결과를 가른 핵심 변수였습니다. NBC 출구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80%가 자기 지역의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했고, 60%는 이 문제가 투표 결정에 실제로 영향을 줬다고 답했습니다. 56%는 AI·데이터센터 문제를 이번 의회 선거의 "결정적 또는 주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도 뚜렷합니다. 캔자스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 일시 중단'을 공약으로 내건 신디 홀셔 주지사 당선인이, 데이터센터 관련 슈퍼팩으로부터 150만 달러를 받은 상대 후보를 이겼습니다. 애리조나의 아미시 샤도 같은 공약으로 당선됐습니다. 플로리다 에지워터, 일리노이 블루밍턴 등 여러 지방정부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금지하거나 유예하는 조치가 통과됐고, 오하이오 피쿠아·오클라호마 유콘에서는 데이터센터를 지원했던 시장들이 소환 투표에 직면했습니다. 새로 뽑힌 36명의 주지사 중 34명이 데이터센터 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이었고, 이 중 12개 주에서는 아예 개발 중단까지 요구하는 공약을 냈습니다.
AI 업계도 이번 선거에 적지 않은 돈을 썼지만 성적은 나빴습니다. 'Leading the Future'라는 친AI 슈퍼팩이 1억 달러를 모았는데도 눈에 띄는 승리를 만들지 못했고, 일론 머스크가 4억 4천만 달러를 지원한 텍사스 검찰총장 후보 켄 팩스턴은 제임스 탈라리코에게 졌습니다. 유권자 4명 중 3명 이상이 "AI 슈퍼팩의 지원을 받은 후보에게는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한 조사도 있었습니다. 투자 쪽에서는 UBS가 "데이터센터에 대한 반발이 2028년 예상 신규 용량의 약 30%를 보류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고, BCA리서치는 텍사스·조지아·오하이오처럼 데이터센터가 몰린 주에서 특히 '컴퓨트' 공급 리스크가 커졌다고 짚었습니다.
주요 인물들은 뭐라고 했나
- 하킴 제프리스(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전국 단위 모라토리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전기료와 수도료가 계속 치솟는 걸 막을 자제력을 원한다"고 말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폴리티코에는 "모라토리엄은 현재 제가 밝힌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AI 업계 경영진과 계속 만남을 갖고 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 버니 샌더스·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강력한 국가 차원의 안전장치가 마련되기 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전국적으로 멈추는 'AI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법'을 발의했습니다. AOC는 "유권자들은 진짜 동의 절차를 거쳐 무엇을 지을지 결정하고 싶어 한다"고 주장합니다.
- 척 슈머(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전력 요금 부담을 완화해준다는 명분의 '납세자 보호법'을 "사기"라고 규정하며 부결시키는 데 앞장섰습니다.
- 마틴 하인리히(상원의원): 데이터센터로 늘어난 전기요금을 지역 주민에게 떠넘기지 못하게 하는 'GRID 절약법'을 제안했습니다.
- 공화당 쪽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전 데이터센터 반대 움직임을 두고 "그런 걸 반대하는 사람들은 결국 후진적이고 가난한 나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어, 민주당의 규제 드라이브와 선명하게 대립하는 구도입니다.
- 시장 쪽 해석은 갈립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는 반도체주가 추가로 10~12%는 더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고, 펀드스트랫의 톰 리는 반대로 "이번 투매는 과잉 반응"이라며 기술주가 지금보다 20% 더 오를 수 있다고 봤습니다. 탠덤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의 조던 왓슨은 "투자자들이 선거 결과와 정책 영향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앞으로 지켜볼 것
지금 당장 연방 차원에서 모라토리엄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공화당이 여전히 백악관을 쥐고 있어 거부권이 걸려 있고, 제프리스 본인도 모라토리엄에 선을 긋고 있는 상태입니다. 다만 싸움의 무게중심은 이미 주·지방 정부 쪽으로 넘어가 있습니다. 텍사스·조지아·오하이오처럼 데이터센터가 몰려 있는 주에서 추가 건설 제한이나 요금 전가 금지 법안이 나올 가능성이 실제 공급 리스크로 반영되는 흐름입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모라토리엄에 찬성(팔로네)과 반대(카스터)로 입장이 갈려 있어, 당장 전국적으로 일관된 규제가 나오기보다는 주별로 제각각인 그림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결국 "이번 투매가 구조적 리레이팅인가, 일시적 과잉반응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아이브스와 리의 전망이 정반대로 갈리는 것 자체가, 아직 이 질문에 답이 안 나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분명한 건 유권자 여론 쪽 신호(출구조사 수치, 지방선거 결과, 슈퍼팩의 패배)가 일회성 반발이 아니라 꽤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점이고, 이게 반도체·데이터센터 밸류에이션에 계속 할인 요인으로 남을지는 다음 몇 주간 나올 주별 입법 움직임과 제프리스의 실제 입장 정리를 보면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시황 정리이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